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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P사의 ABAP 언어를 다루는 ABAPer는 보통의 개발자가 특정 개발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는 것보다 더욱 높은 비중으로 SAP가 제공하는 인프라인 BAPI, function module, Composition Environment 등을 써서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해야, 고객사의 SAP 솔루션 투자에 대한 ROI를 높여주게 된다.


 SAP의 주요 개발언어는 ABAP(Advanced Business Application Programming)으로, ABAP을 쓰는 개발자를 ABAPer라 부른다. Javaer나 C#ist 같은 용어가 없는 반면, ABAPer라는 용어가 쓰이는 현상[각주:1]은 SAP 환경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종속적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ABAP 개발은 SAP가 벌려 놓은 판을 충실히 따르는 게 미덕이다. 정말 버그가 적고 안정적이며 빠른 개발이 이루어진다. 이러기 위해서는 ABAPer나 IT Architect가 SAP 체계의 활용에 능해야 한다.


 더불어 ABAPer는 SAP 체계를 비롯한 일련의 비즈니스 절차에 대해서도 익숙할 필요가 있다. 스펙에 맞춰 개발만 해도 밥벌이는 할 만하지만, 단순 ABAP coder는 ABAPer로서 장수하기 힘들다. 어디나 그렇듯 경험 있는 개발자에게 거는 기대는 프로그래밍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컨설턴트가 있다고 해도, 어떤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보다 빨리 안정적으로 구현하거나 구현 가능성 유무를 금방 알거나 대안을 제시하되, SAP에서 기본제공하는 방식 위주로 엮어내기는 경험 많은 ABAPer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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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짜 ABAPer의 진로가 순수 개발의 영역에서 많이 벗어나는 게 눈에 띄는 것도 일반 개발자와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ABAP만 아주 잘해봐야 현업 고객 입장에서는 5년차와 7년차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 만큼, ABAPer의 재량은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에 의해 빛을 보곤 한다. 이러다 보니, 봉급 인상을 따라 ERP 모듈 컨설턴트로 성장하는 일이 잦다. 특정 모듈을 잘 하는 걸로 유명한 ABAPer도 꽤 있긴 한데 컨설팅은 영 취향이 아니라 개발자로 남은 때가 많은 듯싶다.[각주:2] 이게 아니면 SAP IT Architect의 길이 있지만 한국 기업은 SAP ERP씩이나 하는데도 다소 영세한 구석이 있어서 이 역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매우 적다.[각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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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현재, 한국 기업이란 곳이 워낙 효율 위주로 돌아가서 정작 효과는 놓치기 십상이라 경력자로서 불안하기는 ABAPer나 일반 개발자나 매한가지이다. 3년차가 넘어가면서도 계속 개발일을 하고 싶다면 영어를 공부하는 게 어떨까 한다. 면식 있는 ABAPer/컨설턴트 부부도 호주로 이민 갔고[각주:4], 아일랜드나 이런 저런 영어권 나라에서 SAP 기술자를 우대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타향살이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일종의 진입장벽이 있는 SAP 세계와는 달리 일반 개발자는 보다 명확한 증빙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잘 갖추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에서 무려 IT 사업을 하거나 소소하게라도 프로젝트 일을 이어 하는 사람도 많다. 다 인연 닿는 만큼 할 수 있고, 마음 가는 대로 갈 수 있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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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자라고 하면 왠지 혼자 일하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굳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한다고 하면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생각나지 않을까? 그런데 개발자들은 생각보다 좀 많이 협업을 한다. 일단 좀 큰 업체에서 일하는 개발자는 DBA나 Data warehouse 관리자와 일하는 때가 많다. 개발자끼리도 주고 받을 게 많아 회의를 해야 할 때가 잦으며 말로만 떠들어서는 안 되니, 문서작업도 의외로 많이 해야 한다.


 ABAPer는 보통 개발자보다 협업할 일이 많다. ERP 구축 프로젝트 정도 되면 혼자 개발할 도리가 없다. 현업 사용자와 다른 모듈 개발자와 컨설턴트와 PM과 회의하며 스펙 문서를 주고 받다 보면 이거 개발은 언제 하나 싶을 때도 흔할 것이다. 현업 업무의 불확정성(!)에서 오는 나비효과는 살뜰하게 말단 개발자에게까지 광풍을 몰아 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ABAP의 세계로 들어 온 개발자로서 대리급이 되면서부터는[각주:5], 대화와 소통의 기술을 갈고 닦아야 제 기량을 잘 발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더불어 SAP standard를 잘 알아야 현업의 니즈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며 인간적인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컨설턴트와 싸우라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고, 적절하게 주장할 정도는 되어야 두루두루 좋다.[각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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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작 SAP는 교육과정 소개나 여타의 공식문서에서 ABAPer라는 어휘를 쓰지 않는 편이다. [본문으로]
  2. 현업 고객을 상대하는 건 주로 컨설턴트로, ABAPer는 그런 번잡한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냥 개발만 줄창 한다. [본문으로]
  3. Project Manager나 BC 기술자가 하면 된다고 생각들 한다. (애초에 SAP Korea에서도 얘기한 적이 없을 듯) [본문으로]
  4. 또 다른 IT 부부는 고기집을 냈고;;; [본문으로]
  5. 그전까지야 죽어라 ABAP을 파야 한다. [본문으로]
  6. 윈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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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5.06.27 22:00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5.06.27 22:10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wizmusa.net BlogIcon wizmusa 애드센스의 길은 멀군요. ^^ 조언 고맙습니다! 2015.06.29 01:43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7.04.23 21:46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www.wizmusa.net BlogIcon wizmusa SAP 기술자들 위주의 해외취업 정보가 모인 곳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습니다. 정보에 대한 진입장벽이 꽤 있는 모양이고요. 그래서 해외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아예 이민 간 사례가 잦은 걸로 압니다.

    호주 같은 경우는 기술이민자에 대한 점수표가 있다고 합니다. 나라마다 기준이 다를 텐데 해외이민 카페 같은 곳부터 보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더불어 기술이민(정확한 용어인지 모르겠군요.)은 해당국가 기업취업이 정해진 상태에서만 가능한 걸로 압니다. 기술 경력 포트폴리오 등 준비할 게 많을 겁니다.
    2017.04.24 11: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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