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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면 기업의 IT SM(서비스 운영 유지보수) 아웃소싱 인력의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IT 아웃소싱이 바쁘다는 얘기, 다시 말해 유지보수 인력의 가동률이 100%라는 얘기는 유지보수 업무가 비즈니스에 적절한 기한 내에 끝나지 못하며[각주:1] 업무혁신에 할애할 여력은 별로 없다는 반증 밖에 되지 않는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보 시스템의 품질 수준이 낮아 유지보수 인력이 뒤치닥거리를 반복할 수도 있고 유지보수 인력이 본래 업무보다는 신규개발 같은 다른 업무에 휩쓸려 가는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IT 밖에 있다고 본다. 현업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개선효과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IT 역시 근거부재라는 약점을 물려 받아 존재의의를 본연의 임무보다는 외적인 면에서 찾으려 하는 점이 구조적인 문제이다.


 사실 IT 세계에는 이미 Service Level Agreement(SLA)라는 합리적인 계약체계가 있어서, 가동률 걱정 없이 유지보수와 신규개발을 모두 추진하는 게 가능하다. 규모가 있는 신규 개발 이슈가 생기면 간단한 계약을 통해 유지보수 외의 인력으로 진행하는 등 IT 서비스를 쓴 만큼만 지불하면 되는 쉬운 개념이다. IT 서비스가 시원찮으면 시원찮은 대로 벌금을 물리기도 어렵지 않다. 여러모로 검증 받은 제도라 하겠다.


 그런데도 IT를 아웃소싱 주는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SLA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머릿수 기반 계약체계가 이득이라 보기 때문이다. 일정한 머릿수만 계약해 두면 야근을 시키든 주말에 나오게 하든 많이 부려 먹을 수 있어서 훨씬 남는 장사라 판단하는 것이겠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머릿수와 가동률로 들들 볶는 방식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의 착시 속에서, 결국 현업 자신의 업무를 지체하며 스스로 혁신과 개선 따위는 무관하다고 자조하는 결과만 낳는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의 사례일 뿐이다.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경영진이 IT의 특수성 따위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일단 IT라고 하여 현업에 비해 특수하지 않으며, 정말 중요한 것은 IT가 아니라 현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IT 인력이 단순작업을 주기적으로 반복한다는 사실은 그 이전에 현업 또한 같은 짓을 해야 한다는 비효율의 반영이다. 이러한 비효율을 깨려고 나서면 IT의 비효율은 자연스레 깰 수 밖에 없다. 더불어 현업 부서가 자기 업무의 개선과 혁신을 위해 절실하게 정보기획부서와 협업하고자 들면, 자연스레 정보기획부서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부서실적을 포장할 필요가 사라지며 무리한 내부 프로젝트는 생각도 하지 않는 게 당연해진다.


 부득이 IT의 특수성 쪽으로 가닥을 잡아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면, 역시 SLA의 합리성을 들 수 밖에 없겠다. IT 조직의 인사 등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지 않고 기업의 IT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역시 SLA가 최적이다. 실제로 머릿수 체계에서는 정보기획부서가 IT 인력의 편중을 피할 도리가 없기에 다른 부서의 공분을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텐데, SLA에서는 평가지표나 비용지출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일은 없다는 장점이 크다. 아웃소싱 인력들 이리저리 돌려서 내부 프로젝트 실컷 돌려 봐도 다른 부서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딱히 인정 받지 못할 거라면 깔끔하게 SLA로 가는 게 두루두루 좋은 일이겠다.

 

  1. 요청기한을 초과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요청들이 앞선 요청들을 줄줄이 대기한다는 얘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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