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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네이버는 생활 밀착형 포탈로 자리매김할 생각인가 보다. 옛날 신문 검색 같은 전문적인 정보도 제공하지만 부동산 매물 정보부터 시작해서 가계부 서비스까지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서비스를 내놓아 왔다. 이번에 발표한 물가 정보 서비스를 보고도 "과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물가정보 컨텐츠검색을 소개합니다.  2009-12-29
naver_search 2009-12-29 11:58 작성 | 서비스 안내.
물가정보도 이젠 네이버에서 쉽게 알아보세요.   12월도 어느새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제 2009년을 마무리 해야 할 시기인데요.   지난 한 해 동안 경제 위기다 뭐다 해서 많이 힘든 한해가 된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에 가장 민감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물가"입니다. 올 1년은 정말 물가 변동이 큰 한해 였는데요. 감자, 쌀 같은 먹거리에서부터 금,은과 같은 귀금속 가격 그리고 휘발유 같은 기름가격까지 쉴세 없이 변화하는 물가정보를 일일이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네이버에서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한번 확인해 볼까요? .......

네이버의 감자 가격 정보

 마치 주식 시세 같이 추세 차트까지 보여준다. 물가가 이렇게 널 뛰고 있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명실공히 네이버의 경쟁자라 할 '다음'은 어떨까?

다음 넷의 감자 가격 정보

 네이버 만큼 친절하지는 않지만 네이버와 같이 사단법인 한국물가협회(이런 곳이 있었군.)의 정보를 받아 제공한다. 밑천이 되는 정보의 질은 동일한데 네이버가 좀 더 쓸모있게 보여 주는 셈이다. 물론 이렇기 때문에 네이버가 우월하다는 식으로 평가를 할 생각은 없다. 이 물가정보에서조차 우리나라 콘텐트 유통 시장 특유의 뭔가 복잡다단한 속사정을 다시금 떠올렸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구글과 같은 링크 제공 방식은 인기가 없다. 네이버처럼 복사해 오든 작성하든 자사의 서버에 콘텐트를 저장하는 방식이 정보의 소비자, 사용자들에게 더 선호를 받아왔다. 클릭을 한 번 더 해서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 편리함 외에도 정보의 가공과 포장에 있어 콘텐트 제공 업체들의 기획력이 포탈보다 훨씬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대중교통 안내 서비스만 해도 그랬다. 네이버와 같은 포탈에서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기 이전에 이미 독립적인 정보 제공 사이트들이 있었는데 사실 좀 불편했다. 컴퓨터라는 물건에 익숙한 내가 불편할 정도면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꽤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던 차에 포탈에서 대중교통 정보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포탈은 과연 달랐다. 다소 조잡하던 UI들이 정리되면서 어느 새인가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활용하게 되었다. 그외에도 선구적인 콘텐트 제공 업체들이 앞선 기술력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캐즘 따위가 아닌 접근 자체의 미묘한 불편함으로 결국 포탈에게 자리를 내주고 마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이 물가정보 서비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음은 최소한의 정보로 한국물가협회를 소개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내는 선의를 보여 주었지만 한국물가협회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한숨만 나온다. 어찌 어찌 클릭을 해 들어가면 자세한 물가 정보가 담긴 엑셀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지만 이게 과연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이겠는가? 반면 네이버는 통합 검색 화면에서 탭을 누르는 것만으로 지역 별 소매가와 전국 도매가의 연간 변화 추이를 전부 보여준다. 결국 물가가 궁금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네이버에 가게 되어 있다.

 만약 네이버가 콘텐트 사용료를 좀 더 주고 자세한 정보까지 사와서 가공해 주는 것이라면(한국물가협회에는 유료 정보가 많다.) 네이버가 콘텐트 시장을 독과점하네 마네 하지도 못한다. 실은 네이버가 물가 정보 서비스 안에서 한국물가협회의 물가 동향 게시판(앞서 말한 물가 동향 엑셀 파일을 제공한다.)까지 직접 링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누가 뭐래도 명분과 선의를 앞세운 네이버의 실리 추구를 비난하지 못한다.

 혹시 벌써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콘텐트 유통 시장이 정리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콘텐트 업체로서는 어차피 접근을 보장 받지 못할 바에야 비용을 최대한 아껴서 포탈에 팔고 포탈은 이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또는 앱스토어와 같이 포탈이 구매 대행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도 괜찮겠다. 개인 고객 대상의 콘텐트를 가졌으면서도 무려 기업이 독자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참 아쉽기 그지 없지만 이렇게라도 자생하며 발전하기만 한다면 나쁘지는 않겠다 싶다. 포탈이 공정거래를 하는지 정부에서 잘 살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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