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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진의 인류학


농업의 시작, 인류의 최대 실수?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과학의 발전에 의하여 종종 일어난다. 천문학의 발전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수많은 행성 중에 변두리에 위치한 조그만 혹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생물학은 인간이 특별히 창조된 피조물이 아니라 단세포생물에서 진화된 수많은 생물중의 하나라는 것을 보여 줌으로서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를 어느 정도 허물어놓았다. 이제, 인류학이 인간의 또 하나의 인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시작하였다. 즉, 문명의 발달은 꼭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의 발견이다. 이 비밀이 드러남으로서 자기시대의 자기문화가 역사상 가장 발전됐고 살기 좋은 것이라고 믿는 인간들의 편협한 자기 문화 중심주의(Ethnocentrism)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http://its.foxvalley.tec.wi.us/sociol1/Ch2/sld025.htm

 

 현대인들은 대부분 서양의 선진산업사회를 풍요한 사회의 전형으로, 원시사회를 가장 열악했던 사회중의 하나로 믿어마지않을 것이다. 원시인들은 항상 굶주리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매고 맹수들에게 ?기기도 하면서 결국 오래 살지 못하고 일찍 죽는다는 것이 현대인들의 원시인에 대한 판에 박힌 이미지이다. 그러나 인류학자들의 연구결과는 그것과 다르다. 수렵채취를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던 원시사회가 인류의 유토피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인류가 원시사회라는 유토피아를 잃게 되었을까. 농업의 시작이 그 과정중의 하나이다.  

 농업을 인류의 위대한 발명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아무런 반론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농업의 시작이 인류의 가장 큰 실수며 비극의 시작이라는 것이 인류학자들의 의견이다. 자연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면서 수렵채취에 의존하여 살아오던 인류가 어쩌다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렸고 그 결과 더 이상 수렵채취에 의존해서만 살 수 없게 되자 할 수 없이 선택한 것이 농업이라는 학설이 인류학에서는 지배적이다. 인류가 생태계의 균형을 깨게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인류가 일단 농업을 시작하자 수렵채취는 점점 더 불가능해지고 농업은 확산되었다. 하지만 농업의 확산은 여러 가지 나쁜 결과를 낳았다.

 
Prehistoric Cave Painting from Central India
출처: http://www.kamat.com/kalranga/rockpain/


 첫째, 영양의 부족과 불균형이다. 수렵채취부족들이 다양한 종류의 야생동물과 식물을 고루 섭취하므로 영양 면에서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데 비해, 현대인들을 포함한 농경부족들은 탄수화물을 주로 함유한 몇 가지 안 되는 곡류에 의존함으로서 칼로리는 높으나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결핍된 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중해 동부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인들의 유골을 학자들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빙하시대 말기의 이 지역의 구석기인들의 평균신장은 남자가 177cm, 여자가 166.5cm였는 데 기원전 3000년경 농경생활로 전환한 후 남자는 167cm, 여자는 150cm로 떨어졌다. 그 이후 서구인들의 평균신장이 서서히 커졌지만 수렵채취를 하던 구석기시대 조상들의 평균에는 아직까지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http://www.baobabians.net/main/00winter/bicycle_pjt.htm

 

 둘째,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사냥과 채취를 하던 인류가 가혹한 농사일에 시달려 건강을 해치게 되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의 경우, 먹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시간이 일주일에 평균 16시간정도이며, 탄자니아의 핫자 부족은 14시간에 불과하다. 하루 대 여섯 시간씩 사흘만 일을 하면 나머지 나흘은 즐기면서 지낼 수가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휴식, 오락, 방문, 대화 등으로 보내는 여가시간이 농경사회의 농부들은 물론 산업사회의 현대인들보다도 훨씬 많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없이 여유롭게 산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시맨의 평균수명은 65세가 넘는데 이것은 역사상 존재해왔던 대부분의 농경사회는 물론 현대의료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의 서양인들보다도 높은 것이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원시인들은 건강하게 살다 수명을 다 하는데 비해 평균수명이 높다는 선진국의 현대인들은 의료기술에 의존해 오랫동안 병상에서 평균수명을 늘리는데 기여만 하다가 식물인간으로 죽어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셋째, 농업의 확산은 자연환경의 파괴를 수반하였다. 농지확보를 위하여 천연림들이 사라졌고, 해양생태계에 중요한 간석지가 매꿔졌다.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의 문제는 근래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바로 농업의 시작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이후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으로 환경오염이 가속화되었고 산업화로 오염의 규모가 대규모화된 것이다.

넷째, 질병의 만연이다. 적은 인구로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살던 수렵채취부족들은 전염병이나 기생충에 걸릴 확률이 적은데 비해 좁은 곳에서 밀집된 생활을 하는 농경부족들은 전염병과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더 크다. 결핵과 소화기 계통의 전염병은 농업을 시작한 이후에 나타났으며, 홍역과 페스트는 도시가 생긴 이후에 나타난 병들이다. 산업화이후 인류는 전염병뿐만 아니라 암과 같은 환경오염과 관련된 각종 현대질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다섯째, 인간의 경제적 토대가 불안정해졌다. 농업은 수렵 채취보다 기상조건에 더욱 영향을 받으므로 흉년으로 인한 기근에 더 시달리게 되었다. 게다가 수렵채취를 향유하여 사회의 종속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인류가 토지의 사유화로 인해 개인이 사회에 종속되게 되었고 빈부의 차가 커지게 되었다. 나중에 다시 거론하겠지만, 개인이 사회에 종속된다는 것은 계급사회로 가는 조건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구폭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현재 지구인구는 35년마다 두배로 늘어나고 있다는데요.
계속 이런속도로 증가한다면 지구는 곧 인구 폭발하고 만대요 (출처의 글)
(블로거 주: 출산률은 세계적으로 줄고 있다.)
출처: http://www.kihe.re.kr/etc/cmain02_1.html


 끝으로, 인구의 폭발이다. 농업을 시작하기 이전인 일 만년전의 세계인구가 천만 명 안 밖에서, 농업을 시작한 후 급격히 늘어나다 산업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 지금까지 500배 이상이나 증가하였다. 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많은 사회문제가 파생되었다. 계급, 소외, 전쟁, 범죄 등의 문제가 그것에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농업의 채택으로 인간의 수는 늘었지만 생활의 질은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양을 위해 질을 버린 꼴이 된 것이다.

 

 종의 분화로 보면 인류의 역사는 최소 4백 만년이 되고,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때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인류사는 최소 2백 만년은 된다. 그 중의 99퍼센트 이상을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수렵과 채취를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 왔었다. 그런데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일 만년전의 일인데 기간으로 보면 인류사의 0.5퍼센트도 안 되는 부분이다. 지금까지의 인류사를 하루의 일과와 비교한다면 인류는 23시간 55분 동안을 수렵 채취로 살다가 밤 11시 55분쯤인 마지막 5분전에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일과를 잘 보내다가 마지막 5분에 그만 불행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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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01월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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