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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만화부터 보시죠.
 



<트라우마> 곽백수 작. 스포츠 서울 2004년 8월 13일자.


 <트라우마>는 멋진 만화입니다. 타율이 7할 이상이죠.

 이 글에서는 <트라우마> 자체보다는 2004년 8월 13일자 만화를 읽고 떠 오른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선 우리마라 출판계의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책은 분명 행복해지기 위해서 읽습니다.

 읽는 동안 행복할 수도 있고 읽은 후에 삶에 도움이 되어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멀티미디어 매체가 등장하긴 했지만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사고, 상상 등)를 요하는 매체인 책은 비중이 줄긴 해도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잘 팔리는 책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전체적인 판매량 뿐만 아니라 분야와 주제, 소재가 줄었지요. 수험책과 영어책(토익류)만이 잘 팔리는 이 현실에 대해 피곤한 몸으로 티비와 컴퓨터 앞에 앉는 제가 소리 높여 말씀 드릴 염치는 없습니다. 기껏 읽는 책도 편식이 심하지요. 처세서, 기술서적이 주를 이룹니다. 제대로 된 문학서적을 읽은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네요.

 

 내일은 읽어보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골라 봐야겠습니다.

 

***

 

 또 하나 나누고 싶은 얘기는 편집의 마술입니다. <트라우마>에 나온 저 얘기가 허황된 것이 아니거든요.

 

 언젠가 아래와 같은 책을 보신 적인 있으실 겁니다.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1948년 엿장수의 딸로 태어나, 동대문에 있던 가발공장에서 여공으로 일하다가 식모살이하러 간 미국에서 육군 소령이 되었다.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군을 예편한 뒤, 현재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고 있다.

 

라는 서진규씨의 자서전입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입니다. 여성의 몸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자수성가한 인물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편집을 바꾸기 전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제가 처음 발견한 사실이 아님을 밝히겠습니다. 위의 두 책은 표지만 다릅니다. 그런데 주인공이자 저자인 서진규씨가 평상복 차림을 한 표지일 때는 관심을 받지 못하더니 미군 정복 차림을 한 표지로 바뀌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론 출판사 차원의 홍보 노력도 상당 부분 있었겠지요. 그러나, 출판사가 열심히 홍보했다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경우는 요즘 추세로 보아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이 책이 성공한 이유는 평상복 차림보다는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미군 장교 복장이 독자들에게 성공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져서 라고 했지요.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미군복으로 논픽션의 당당한 성공사례라는 권위가 더해졌고 그 권위가 사람들의 이목을 살 수 있게 해 줬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표지만 바꿔서 베스트 셀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전문 편집인으로서는 석연치 않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글쎄요, 좋은 얘기가 묻힐 뻔한 순간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기사회생 시켰다는 시각은 어떨까요?
 
 전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어딥니까? 요즘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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